당신의 시 ‘윤수아시인’


윤수아시인의 詩 숟가락과 삽 외 4편

 

윤수아시인의 약력

 

한국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구로지부 회장

지구문학작가회의 이사

시울림동인회 회장

시집 : 바위배기 연가

火山祭

시 그거 얼마예요

 

 

숟가락과 삽

 

둘은 오늘 내 발밑을

움푹하게 자꾸 파고든다

 

스프링처럼 튀어오르는 햇살이

가슴을 찌를 때의

더러 아찔한 현기증

 

파노라마처럼 밀려오는 세상의 무늬

 

어제까지 나무에 매달려 있던 꽃잎은

떨어졌다는 사실을 모른 채

나무 아래 뒹군다

 

아직 서성거리는 작년의 낙엽

운명이 서로 다른

 

낙화와 낙엽

숟가락은 낙화를 퍼올리고

삽은 낙엽을 파내리고

이 엇갈린 이율배반의 운명은…….

 

 

 

 

망설임

 

공을 던진다

 

직구로 던지면 받아 칠까

코너로 던지면 속을까

상대는 싸인을 훔치려고

안간힘을 쓴다

 

늘 망설이기만 하고

결정하지 못하는 나의 습관

12초 룰을 위반하고서야

깨닫는다

 

나는 감독이 믿는 선발투수다

 

내가 던진 변화구가

더 크고 정교한 궤적을 그리며

그대에게 날아가면

하늘도 땅도 아닌

꿈의 글로브 속으로 들어갈까?

 

마운드에 선 나는

더이상 망설임 없이

볼끝이 살아있는 공을

힘껏 던진다.

 

 

 

 

삶이 하도 각박해서

모르고 살았다.

 

이성의 품에 눈멀고 귀 멀던 시절엔

아무것도 보이지도 들리지도 않았다

 

지친 허기를 달래려

한걸음에 달려간 고향

 

텃밭 이랑을 매던 손으로

젖가슴을 내어주던

어머니의 살냄새 배인 품

 

그 품은 참 넓고 따뜻했다

 

이제사 나는

휘어진 골목길을 지나

굴절된 새벽의 빛을

품으로 끌어들인다.

 

 

 

 

아나로그의 반격

 

나이 탓할 나이도 아닌데

손으로 돌리는 낡은 영사기와

돌돌돌 흑백 필름 말리는 소리

 

오래도록 여운이 남던

허름한 변두리 영화관

이런 것들이 그리워진다

 

기술이 발달할수록

옛 생각이 나는 건

나의 유별난 취향 때문일까?

 

LP음반 판매량 연일 상승

종이책 판매량 꾸준히 상승

 

오래된 추억의 한 때가

느린 네가필름 속으로

아스라이 스며들고 있다.

 

 

 

 

내가 침묵하는 것은

 

내가 지금 침묵하는 것은

때를 기다리기 때문이야

 

어디인가에 분명 길이 있을 거야

 

난사하는 봄빛 유혹에 빠져

진달래능선 넘고 넘어

꽃사태 난사하던 날

난 끝내 길을 잃고 말았지

 

노을 환장하게 타던 그 등성이

, 그 길을 초연히 걸어갔었지

 

이 길은 언젠가 끝나고

돌아가야 한다는 걸 알았지

 

내가 지금 침묵하는 것은

때를 기다리기 때문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