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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 '김일용 시인'강화 교동에서 옛 임을 기억하다 외 9편
복지TV청주방송 | 승인 2019.10.15 09:16

〔이름〕김일용시인

〔약력〕서울 출생 
2010 시와 산문 시인 등단
시집 『흔들릴때가 가장 아름답다』 

 

 

 

 

 

 

 

 

 

1. 강화 교동에서 옛 임을 기억하다 

                                                                           김일용
 구부러진 골목 따라 집들이 들어섰다
 
밥을 굶어 지친 아이의 흐느낌 같은 등 휜 골목
 
술주정뱅이 다리처럼 휘휘 젓고 다녔던 휘청거리는 골목
 
지분 냄새와 하수도 냄새가 묘한 그림으로 어우러지는 지친 골목
 
그늘진 웃음을 팔아야 했던 순이의 노란 얼굴이 있었던 골목
 
다락방 이층에서 허기진 몸뚱아리와 뒤 섞여 뒹굴고는
 
단정한 얼굴로 내려와 단술을 따라야 했던 웃음 쓰린 골목
 
앙칼진 여자들의 싸움박질 구경하던 귀퉁이 모질었던 골목
 
만물상처럼 널려 있던 여인들의 몰골이
 
저마다 색을 칠한 색깔들로 표현되어 누렇게 떠 갔던 골목
 
시장바닥처럼 잡소리와 웃음이 끊이질 않았던 

대 낮부터 전구 알 밝히며 여름이면 모기떼 몰려 다녔던 막다른 골목 

비좁은 골목 따라 애절한 사람 냄새에 진저리가 쳐 졌던
 
애증으로 머리 돌린 내 가슴으로
 
영원히 깨어나지 않을 줄 알았던 그 옛 임이
 
산처럼 웅크린 채,
 
표정어린 얼굴로 바라보고 있었다

 


2. 강화 교동에서 옛 임을 만나다


                                                                김일용 
생각해 보니
 
그만 가라고 등 떠민 사람들이 그 곳에 있었다
 
 
 
백일도 채 안 된 어린 자식과
 
새파랗게 젊디 젊은 여인을  두고
 
돌아 갈 길 멀다고 발길 주춤거렸던 그에게
 
매정하게 등을 떠민 적이 있었다
 
 
 
아직도 떠나지 못하고 못내 아쉬워 서성거리던 그에게
 
가야 할 사람과 남아 있어야 할 서글퍼 지는  초월 된 공간에서
 
뚜렷하게 구분 되어지는 밟지 말아야 할 경계의 붉은 선에서  
 
환한 웃음 머금고 등을 돌린 적이 있었다
 
 
 
혼절할 만치 혹한의 추위가 엄습해 오기 바로 전
 
은행잎은 땅위로 구르다 지칠 무렵
 
등은 서늘하고 발가락 사이로 찬기가 스며들어 

마음마저 추웠던 그 곳에서
 
정지해 있던 슬픔들이 끝없이 쏟아져 나왔다
 
 
 
두들기면 금방이라도 소리 내어 울 것 같은 양철 지붕과
 
덜컹대고 삐걱거려서 힘주어 열어야만  열렸던 

입 다문 듯, 굳게 닫힌 미닫이문에서 

기억 저 편 잊고 지냈던 그림자들이 줄지어 길게 늘어져  나왔다
 
 
 
앞마당 배어 있던 기침 소리와 울음 섞여있던 잔소리
 
허공을 헤맸을 많은 울림들을 뒤로 하고 
 
잊고 지냈던,  
 
울음을 한껏 품고 있었던 그 곳에서
 
매정하게 등 떠밀던 옛 임이
 
이젠 초로의 얼굴을 하고 환하게 보고 있었다
 
  

 

3. 공감

                                               김일용

문득, 갈 곳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그 처절한 공허함 
혼자 가는 쓸쓸한 길에는 아무도 없다 
외롭다는 사람들 모두 
저 혼자만이 외롭다고 한다. 

흠뻑, 목 놓아 울 장소가 필요하다. 
거울도 산산조각 내며 
흐트러져도 부끄럽지 아니 할  
또 하나, 은밀함이 필요하다 
경직된 삶을 사느라 머리도 굳어지고 
눈동자 돌리느라 세상이 어지러운 이 때, 

사람과, 사랑에 대한 생각 
서로에 경계도 접어두자 
무거운 짐, 잠시 내려놓고 
가끔 
아주 가끔, 
본성마저 잠시 잃어도 좋을 
목 놓아 바다 만들어도  좋을 눈물
맘껏 터놓자.

우린 우리들의 공간이  필요하다 
후련하게 정화 될 수 있는

 

4. 그리움에 대한 소고

                    
                                                    김일용


먼 나라의 이야기처럼 기억조차 흔들려
 
잊고 싶어도 문신처럼 뇌리에 박힌
 
사무치는 많은 인연들
 
상처와 흠집이 어우러져 

딱정이만 남겨진 딱딱한 기억
 
다시 되돌릴 수없는 흔적이 살을 에어
 
지난 기억에 아련했던 가슴앓이
 
보고 싶다는 허망함이 사무칠 때
 
서늘한 가슴 한가운데 

잊지 못하는 기억으로 살 떨리게 하는 그리움
 
집착 아닌 집착처럼 놓을 수 없는 순간들
 
퇴색된 기억으로 끄집어내는 건
 
생각을 주제 못해  청승으로 다가 오는 것
 
갈 때도 내려놓지 못 하고 싸안고 걷는
 
가슴깊이 접어 두어야 하는 

그 체취들
 
  

 


딱정이만

표준어 --딱지만

 


5. 말하기 없기

                                                        김일용
                                                     
삶은 끊임없이 소리 죽이며 살아 내는 것
무지한 언어들이 누군가를 겨누고 조준하면서
하루아침에 와르르 무너뜨리는 참담한 일 

 
의연한 얼굴로 버텨내며
가슴 조이며 산 시간 앞에
성난 상처들은 말없이 번져만 가는데
쪼개져 삐거덕 거리는 
어긋나는 관절들이 스스로 무너지는 일

  
시궁창 냄새 역겨운 억측
쓰일 수없는, 구실도 못하는 말들이 
온 세상으로 쏟아 낼 때
묻어버리고 감추는데 길들여진 손아귀들과
방향도 감각도 감지 못하고 
한바탕 전쟁을 치루는 일

 
제 속에 꼭꼭 담아두고 스스로 곰삭을 때까지
눈 질근 감는 것으로 대신해 꿈틀대지도 못한 일들이
고름이 차서 썩어들어도
뒤집고 미화 시키며, 눈을 가려도 
못 본 척 안 들은 척 
시끄러움이 아물기를 기다리는 지난 날

 
극과 극을 치닫는 이골이 난 싸움질에 지치고
밤새 술 마시고 토해내는 토사물 앞에
정겨운 눈으로 악수를 청하며 웃는 
흉흉한 웃음들 속에
보는 이들이 가슴 치다 미쳐가며
정신 줄 놓은 것

 
오감 五減을 정지당한 사람들만 사는 
감각 줄 죽인 무딘 세상


6. 무량수전 배흘림기둥을 바라보며
  
                                                   김일용
   
연륜이 깊어짐에 따라 나오는 뱃살을 

너무 요란을 떨며 탓하지는 마라
 
삶의 무게를 지탱해온 무지막지한 힘이
 
배꼽이 중심이 되어 

응축된 힘을 발휘하는 

뱃살의 기술이다
 
  

배에 힘이 들어 갈수록
 
뱃심에 배짱이 두둑해지고
 
흘러내리는 무게 중심이 분산이 되어
 
천년 고난의 무게를 이고도 무량수의 수명이 버텨내고

배흘림에 수를 더해 

결코 무너질 수 없는 자존감이 되는 것이다
 
  

살아감에 

꺾어 주저앉히려는 손아귀들이 기승을 부릴 때도 

입 다물고 묵묵히 내려다보는 여유로움
 
아픈 다리 마다하지 않고 서 있는 

저 고집스러움
 
배흘림기둥의 두둑한 뱃심인 것이다 


7. 잡초가 무성한 이유 
 
                                                           김일용

제 스스로 목숨 끊는 행위를 몰랐기 때문이다
 
살아야 한다는 오기가 본능처럼 몰려 와
 
얼굴 디밀고 발돋음하며 밀쳐 내는 것 외에는
 
스스로 무너지는 나약함을 배우지 못했기 때문이다
 
 
 
뽑혀서 온 몸 샛노랗게 널브러져도
 
버림받고 죽어야 하는 하찮은 것들의 뾰족이는 몸부림
 
짓밟히어 만신창이가 된  몸뚱아리 잠깐 뒤로하고
 
한켠에서 잠시, 숨을 고르는 동안
 
새파랗게 질리도록 항거하는 아웅거림
 
 
 
무성함에서 나오는 힘은
 
작고 보잘 것 없는 이 들의 

처절한 반란의 응집인 것이다
 


8. 소가 된 여자  
                                                                  김일용

 옛날 같으면 뒷방 중늙은이인데도 불구하고 
 
세월 잘 만난 탓에 활기차게 산다고 모두 입을 모은다
 
젊게 산다고들 하고 사회생활 문화생활 누리며 

좋은 세상 만나 고생 안하고 사는 

복 있는 여자들이라고도 했다

 
때를 잘 만나  살판 난 세상에 사는 여인들은 

눈뜨면서부터 전쟁을 치루는 

힘세고 드센  투사가 되었다

적진 속에서 위험을 감수하며
 
남자들과도 전투를 벌이며 힘겨루기도 마다하지 않는 

용감한 여전사들
 
하루 종일 되새김질 하듯 입 다물어 질 사이 없고
 
몸뚱이는 어느새 시간 가는 것도 잊어버린 채,
 
제 입에 풀칠할 시간도 놓쳐 버리고는
 
받은 것도 하나 없이

다져진 터를 하나하나 아낌없이 내 주고는
 
정작 지 입속에는 거친 풀밖에 넣지 못하는 

긁어진 허리 휘어지고 무릎은 관절염 되어 구부정한
 
좋은 세상에 태어나 영화까지 누리고 산 
 
늙고도 질긴 암소들

 


9. 인간 바코드 
  
                                                               김일용

13자리 새로운 탄생 
생명의 자리매김으로 살아가는 내역을 대신 한다.  

아라비아 숫자는 기호와 더불어 
육체와 정신을 대신하고 
오직, 사는 경쟁만 감지 할 뿐, 

사는데 보내는 시간은 이력서 몇 통 
신분적 대상은  성공과 실패의 선상에서 
평가는 인간미 대신 할 
몇 줄 기계의 인증이 필요 할 따름. 

각자 짓는 대로 분류하며 
평생 뒤꽁무니 틀어잡고 
일거수일투족 감시당한다 . 

편리하다는 이유로 숫자와 기호로 환산되는 
물건처럼 쓰이는 동물류의 편한 분석 
끝마무리는  붉은 두 줄의 얼굴 


10. 현대적인 이별
                                               김일용

이별이라 말하지 않아도 
스산스레 파고드는 냉정함에 
본능처럼 몸은 감지한다 .

눈빛하나에도 
표정하나에도 
뭐하나 달라질 것 없는 일상인데 
빛보다 빠른 느낌 
청승처럼 우울히 녹아나고 

이렇다 할 기억도 없는데 
한 발짝 뒤로 물러 난  
서로가 다치지 않으려는 계산된 몸 사림 

이별의 물음에는 
해답이 없다 

무관심과 그림자 같은 존재
지나간 기억 속에 녹아 있던 그리움 
목젖에 걸려 거추장스러운 

사랑했던 사랑의 기억마저 
내색 없이  태연한, 
현대적인 이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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