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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 '박병원 시인'탈 외 9편
복지TV청주방송 | 승인 2019.06.21 09:23
▲ 박병원 시인

[시인] 박병원

[약력]

* 경북 울진 출생

*  새마을중앙연수원 교수 · 원장 역임

*  계간 다시올문학 신인상

*  전망동인 회원

*  대한민국미술대전 초대작가(문인화분과)

*  대한민국문인화대전 초대작가

*  Post Photo Group 회원

*  한국미술협회 회원

*  한국문인화협회 자문위원

*  서예 · 문인화 개인전 3회

*  사진 초대전 1 회

*  천안에서 농사짓고 있음

- 저서

*  시집 「카메라도 눈멀어」

*   동인시집 「꽃에 대한 예의」 외 다수

*  동인 사진작품집 「Post Photo」 vol.1- 5

 

 

1. 탈

                               박병원

오랜 시간 지층처럼 쌓여

손때 찌든 하회탈 한 점

거실 벽에 걸었다

 

쳐다볼 때마다

탈 많은 세상에 탈 없이 살라며

‘이 뭣고’ 화두를 던지는

선정(禪定)의 초입으로 이끈다

 

면벽의 시간 나를 끌고 간다

분수에 넘는 남의 탈 쓰고

본색 숨긴 초라한 모습

나도 속이고 남도 속인 거짓

내 안의 탈이 탈로 드러난다

 

순간

벽에 걸려 있던 탈

죽비로 내 등 후려친다

탈이 탈을 벗는다.

 

2. 제발 좀

                               박병원

사는 데 조금도 지장 없잖아

물만 먹고 살아도

 

이 등신아!

무슨 까닭으로

낚싯밥 덥석 물어

코가 꿰느냐

겁도 없이

 

너, 다음 누울 자리

어딘지 모르겠느냐?

 

펄펄 끓는 물 속 허우적대거나,

뜨거운 석쇠 올라타고

소신공양(燒身供養)하는 길밖에

 

알만한 놈이 왜들 그러느냐

화형식을 자초하는

이 어리석은 놈아

 

네놈 버둥대며 튕겨낸 불똥으로

평화가 졸던 호수 엉망 아니냐?

지금

 

3. 대불(大佛)의 귀

                               박병원

꽃이 피기 전부터 대불은

이미 새우는 소리를 들었다

 

막힌 말 길 트지 못해

몰아쉬는 한숨 소리에

자꾸 쏠리는 간절한 기도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먹구름 속에서 헤매다가

환한 얼굴이 되고

둥근 달이 되고

마침내 넓은 연못

되기도 하는

 

이 방향에서 저 방향으로

소리는 점점 높아지고

깊어가는 가슴앓이

놓치지 않고 헤아리는

대불(大佛)의 귀

 

여기가 만인소*의 끝이라며

 

* 만인소(萬人疏): 조선시대, 정부의 잘못된 시책에 대해 많은 선비들이 함께 이름을 적어 올리는 상소를 이르는 말.

 

4. 향적봉대피소에서

                               박병원

대설주의보 내려지던 날

향적봉대피소에 갇혔다

 

눈보라는 하얀 붕대로

덕유산이 입은 상처 감싸는듯한데

대피소에 붙은 A4크기의 벽 글씨

벽력같은 소리를 터트린다

 

“아니 온 듯 다녀가소서”

 

넉넉한 품으로 감싸 안더니만

얼마나 버리고 짓밟고 괴롭혔으면

저리도 간절함 토해내는 걸까

 

순수를 덧내는 마음 부스러기마저

몽땅 쓸어 담아 내려가 달라는

저 정중한 바람 가슴에 품고

내려진 대설주의보

풀리기만을 기다린다.

 

5. 헐크의 다이어트

                               박병원

자꾸만 잘려나가는 산이 그린 스카이라인

 

몸집 날로 불어나는 농촌 들녘 조형물들

멋들어지게 이어나간 산 그림 앞

심술궂게 가림막 치고 섰다, 헐크처럼

 

눈길 막고 선 회색 장벽

무슨 욕심 부리다 괴물로 변해

병풍처럼 늘어선 산을 잘라 먹었을까

 

흥분 가라앉히고 다이어트만 잘해도

산 그림 상처 냄 없이

그 품에 포근하게 안길 수 있을 텐데

 

너 왜 자꾸만

산을 잘라먹으려고 욕심 부리느냐

제발 가리지 마라, 산 그림 감상 중인 내 눈

 

 

6. 당했습니다

                               박병원

어젯밤 그놈에게 당했습니다

갈기갈기 찢기고 채 여물지도 못한

여린 속살 여지없이 짓밟혔습니다

 

야수 같은 놈이

울타리를 할퀴고 물어뜯고

기습적으로 쳐들어와 보금자리

쑥대밭 되고 말았습니다

 

지긋했던 가뭄과 물난리에

용케도 목숨 줄 이어왔는데

그 망나니 같은 몹쓸 놈이

끝내, 쑥대밭을 만들고 말았습니다

 

망연자실, 일할 맛 싹 가셨습니다

밥값 한 푼 내지 않고 무전취식하는

멧돼지에 습격당한 내 고구마밭

 

7. 후면주차

                               박병원

출발하기 전, 네비게이션에

가야 할 곳 설정한 승용차처럼

도착한 후, 코를

바깥쪽으로 가지런히

돌려놓은 저 신발

출발선에 납작 엎드려 후면주차 중

발진 신호만 울리면

후진은 없다

유⊃턴도 없다

오직, 앞으로 가는 세상을

열겠다는 다짐만 있을 뿐.

 

8. 곡선미

                               박병원

삶의 흔적이 결을 쌓아가는 곡선

일상은 온통 공간곡선의 연속이다

 

하늘과 땅을 아우른 태극의 오목과 볼록

애환을 녹여 아리랑고개 넘어가는 소리

날개를 접고 내려앉는 학의 고풍스런 맞배지붕

정형화되지 않은 오묘한 선 뽐내는 달항아리

임산부의 경건한 생명 창조 곡선에 이르기까지

모나지 않고 걸림 없이 움직이는 흐름의 곡선

 

 

경색된 히스토그램(Histogram)보다는

매끄러운 로렌츠곡선(Lorenz Curve)이 좋다

 

 

짧은 내리막 뒤 길게 올라가는 곡선미

삶의 누적도수분포도 오르막 곡선 위에

조금 조금씩 결을 쌓아갔으면

 

9. 낯

                               박병원

마음붓이 그려낸 저 낯 그림전(展)

천의 얼굴인 양 참 다양도 하다

 

분명 모델은 한 사람임에도

일었다 잦았다 하는 마음붓 놀림 탓인가

 

활짝 갠 낯, 먹구름 낀 낯

비바람에 시달린 낯, 광대처럼 꾸민 낯

 

바람 잘 날 드문 삶 잘도 그렸지만

오직 내 마음 잡아끄는 작품 한 점

 

맑은 빛 은은하게 풍기는 바로 그 민낯

삿된 생각 떨치고 평상심이 그려낸 듯

 

바람 없는 날의 수면처럼 잔잔해

함께 이야기 나누고픈 낯익은 저 낯

 

빨간 스티커 하나 붙이자

수줍은 듯 볼을 붉힌다.

 

10. 시샘

                               박병원

작은 샘에서 태어나

끝내는 바다로 가는 것이

우리네 삶인가

 

서로 시샘하며 길을 간다

그래서 네 시알도 내 시알도

알알이 영글어지는 법

 

시샘에는

시답잖은 물은 없다

시다운 참물[眞水]만 샘솟는다

 

삶 속에서 피어나는 시

소리 비록 여리고 보잘것없지만

그 울림, 쉼 없이 퍼져나간다

 

우리 사는 호수 안

타는 속 시원하게 식혀주는

티 없이 맑은 샘, 시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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