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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 '공의진'청우객잔(請雨客棧)
복지TV청주방송 | 승인 2019.05.07 17:33

당신의 글 - 공의진

 

청우객잔(請雨客棧)

양쯔강 남쪽 강남은 강의 지류를 따라 형성된 천년고도가 즐비하다.

명청시대 건축물이 고스란히 남아있는 저장성 시탕은 강남 수향중 가장 고색창연한 천년고도다. 기와지붕이 서로 겹치고 아치 돌다리가 어우러져 영화 '미션임파서블 3' 촬영장소로 선택된 곳이다.

항저우에서 버스로 자산까지 가면 시탕행 버스가 5분 간격으로 떠난다. 현지 승객들이 버스 통로에 함부로 가래침을 뱉아대는 충격적인 불편함을 한시간만 감내하면 수로를 따라 천년전 모습을 그대로 간직한 시탕에 도착한다.

좁은 수로에 그물을 칠 수 없어 천년 전 부터 전해 내려오는 가마우찌 낚시배가 아직도 전통방식으로 생선을 잡는 도시, 세월이 멈춘곳 시탕이다.

수로 양변에 거미줄처럼 어지러운 골목을 따라 온갖 상점들이 빼곡히 들어서 있다. 750년전 부터 그 자리에서 조상대대로 단추를 팔았다는 허름한 가게의 주인은 언듯 보기에도 750년 쯤 낡아 보이는 영감이다.

명청때 황실 납품을 시작으로 융성했던 단추산업은 지금도 계속되어 중국 단추공급의 40%를 이곳에서 생산한다.
어둠이 내리면 수로변에 홍등이 켜지고 전통 현악기 얼후를 연주하는 찻집이 문을 연다.

손을 심하게 떨고 옷에 찌린내가 진동하는 영감 하나가 수로변 계단에 앉아 낡은 얼후를 키다가 구경꾼이 없자 주섬주섬 악기를 추스리다 말고 바지춤을 내려 낡고 힘없는 순대 토막같은 물건을 꺼내 수로에 냅다 오줌을 깔긴다.


후둑후둑 빗방울이 떨어지더니 곧 억수같은 비가 쏟아진다. 밤이 깊어 잠자리를 구하다 '청우객잔' 이란 택호에 마음이 끌려 고색창연한 목조건물에 들어서니 자그마치 974년 된 여관이다. 천년 가까이 살아남은 목조건물도 신기했지만 아직도 영업을 이어간다는 것이 무협영화 속에 들어온 듯한 착각에 빠진다.

안내인을 따라 이층 객실에 들어 섰더니 다리 하나가 삭아 삐걱거리는 목조침대가 보인다. 짚을 넣은 깔개위에 종일 돌아 다니느라 고단한 몸을 눕혔으나 만감이 교차하여 쉬이 잠을 못 이룬다.

천년 세월동안 청우객잔 이 방 이 침대에 몸을 눕혔을 무수한 강호의 영웅 호걸들은 과연 누구였을까?

빗소리를 청해듣는 객잔 이란 뜻의 '청우객잔'에 유숙한 사람들은 빗소리를 청해 들으며 무슨 생각들을 했을까?

'오백년 도읍지를 필마로 돌아드니 산천은 의구한데 인걸은 간곳없네. 어즈버 태평 년월이 꿈이런가 하노라ᆢ'

고려사람 길재가 읊조렸던 시조가 문득 생각난다.

호주 Gold coast 에 억수같은 비가 하루종일 지붕을 때린다. 빗소리를 들으니 수년전 방문했던 시탕의 청우객잔이 생각난다.

계절이 바뀌면 뜸금없이 발이 근질거려 조만간 등짐을 또 싸야할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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