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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 '공의진'아메리카
복지TV청주방송 | 승인 2019.05.07 09:03

당신의 글 - 공의진

 

메리카

사각사각사각ᆢ

나는 언제나 연장을 간다.

때로는 수도꼭지 밑에서 물을 똑똑 떨어뜨려 홀로 갈기도 하고 때로는 곁에 있는자가 바가지물을 조금씩 흘려주어 함께 숫돌에 연장을 벼린다.

칼 가는걸 마치면 마지막 칼끝을 햇빛에 비춰 들고 스스로에게 묻는다.

어떠한가?

대체로 나는 시퍼렇다 답한다. 가끔씩 결을 제대로 다스리지 못해 사사삭! 하는 느낌이 없으면 다시 숫돌에 연장을 얹는다. 칼을 잘 갈았을 때는 칼날 끝이 버언쩍! 하고 푸르스름한 빛을 뿜는다.

나는 혹은 여행을 하며 혹은 방랑을 하며 혹은 글을 쓰며 길과 글에 시퍼른 기운이 비취는가 자문한다.

인생시간의 가슴팍에 두손을 푸욱 찔러 살찌고 기름진 것을 한웅큼 꺼집어 내어 강화도 천일염 소금단지에 두 이레 묻어 두었다가 염기가 골고루 베이면 고놈을 베낭에 넣고 훌쩍 길을 나선다.

벼린 연장날이 무뎌지기 전에, 심장에 요동치는 시퍼런 기운이 갈변하기 전에 길을 나서야 한다.

지난번에는 아메리카였다.

북으로는 하얀눈을 뒤집어 쓴 근육질의 록키산맥 발원지, 캐나다를 시작으로 쭉 훑어 내려 오다가 미국의 발가락 끝 마이애미에서 잠시 숨을 고른후 뜨거운 태양과 살사의 본고장 쿠바에서 그간 달고 다녔던  부질없는 욕심병을 털어버린다.

갈망하면 꿈은 이루어진다.

어어! 하다 덜컥 사랑에 빠져버리는 곳이 카리브해 국가다. 당장 오늘 저녁 땟거리가 없어도 음악이 흐르는곳에는 사람들이 모여 살방살방 궁뎅이를 흔들며 살사춤을 춘다.  살아있다는게 자랑스러워 죽겠다는 표정이다.

작열하는 카리브의 태양이 자그러들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말레꼰의 석양과 만난다. 너무 아름다워 슬프다는 일몰에 잠시 갇혀 몽환의 늪을 허우적거리다 근처 선술집에 들러 헤밍웨이가 즐겨 마시던 애플민트와 라임을 듬뿍 짜 넣은 모히또 한잔을 홀짝거린다. 쿠바 라임 때문인지 모히또는 첫키스처럼 짜릿하고 향기롭다. 생전 담배를 피워보지 못했지만 호기심에 손가락보다 굵은 시가를 빨아보니 전설적 혁명가 체 게바라가 나타나 어깨를 툭 친다.

여행자는 때가되면 떠나야만 하는법ᆢ

큰걸음으로 한번 펄쩍 뛰니  아랫동네 코스타 리카다. 용트림하는 뜨거운 용암이 흘러내리는 활화산 Volcan Arenal의 사타구니쯤에 그 유명한 노상온천 Tabacon 이 있는데 행로에 지치고 고단해진 몸을 더운물에 담구니 아랫단전에 힘이 불쑥 솟는다. 신들이 먹는다는 세계최고의 코스타 리카 골든 파인애플을 원없이 먹고 밤새 화장실을 들락거린다.

적도를 타고 앉은 에콰도르를 거쳐 남으로 남으로, 구름과 안개와 신화와 전설을 머금은 신비의 산맥 안데스 꼬랑지까지 처처에 펼쳐진 자연과 사람과 문명을 만난다.

내가 사는곳에만 낭만이 있고 살만한 곳이라고 우긴다면 나는 '파리는 새다' 라고 말할거다.

찬바람 돌면 또 다시 연장을 벼릴것이다.

이번엔 아프리카로ᆢ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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