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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글 '공의진'
복지TV청주방송 | 승인 2019.04.10 14:34

당신의 글 - 공의진

 

곡신불사(谷神不死)


골(谷)로 간다는 말이있다.

6.25 때, 좌익인사 200명을 골짜기로 데려가 총살시키려던 경찰에게 경남 합천군 가회면 면장이던 허임상이가 가슴팍을 디밀며 이사람들 죽이려면 나부터 죽여라 대든다. 지방 토호에다 면민들의 추앙을 받던 그를 다치게하면 소요가 일어날 수 있어 경찰이 어쩔 수 없이 물러났다.

그들이 골짜기로 끌려 갔더라면 그야말로 골로 갈 뻔했다.

한진그룹 조양호회장 사망 비보가 엊그제 미국에서 날아들어 모두가 놀랐다.

향년 70세,
경륜과 판단력이 무르익어 한창 일할 나이인데 너무 일찍 떠났다. 여러일로 물의를 일으켰지만 일구월심, 죽어라 일만하다 창졸간에 골짜기로 가버렸다.

선친 조중훈 창업주의 '수송보국' 유훈을 받들어 혼신의 힘을 쏟아붓던 그는 3년전 신년사에서 절대 방심하거나 자만하지 말라고 주문했다. 지난해에는 대한항공 임직원을 모아놓고 존경받는 항공사(respectable airline) 구축에 최선의 노력을 경주해 달라 호소했다. 조회장의 이런 야심찬 구상은 뜻밖에도 본인과 가족들의 일탈에 걸려 비틀거리다 지난 주총에서는 대한항공 대표이사 자리마저 지키지 못하고 물러났다.

장녀 조현아 땅콩회항, 차녀 조현민 물컵갑질에 이어 아내 이명희의 폭행, 폭언 그리고 본인의 제왕적 권위의식 등 여러 불미스런 사건들이 오르내렸다.


돈이 말을한다는 서양표현, money talks처럼 금력이 이들의 울대를 부풀린것일까?

물이 절벽끝에 이르면 스스로 높은곳에 있는 줄 알고 우쭐댄다. 위태로움을 알고 바닥에 몸을 바짝 낮추면 바위를 타고 무리없이 흘러내리지만 절벽위에서 스스로 높다고 착각하고 악독한 고함을 지르며 땅콩봉다리와 물컵을 집어던지면 급전직하, 천길 바닥으로 내동댕이 쳐진다.

선(善)중에 으뜸은 낮은곳으로 흐르는 물이다. 곧 상선약수(上善若水)다. 바닥에 몸을 붙이고 흘러 내려가면 결국 골짜기에 이르는데 골짜기에 이르면 죽지않고 산다.  곡신불사다.

낮은곳으로 임하는 계곡의 정신이야말로 가장 강하고 죽지않는 것이다.

노자는 도덕경에서 이 골짜기의 정신을 곡신(谷神)이라 했다. 세상의 모든것이 말라 비틀어져도 골짜기 가장 낮은곳은 절대 마르지 않는다. 노자가 꿈꾸었던 강함과 위대함은 군림하고 소리지르고 물컵과 화분을 집어던지는 강압적인 존재가 아니라 부드럽고 스스로를 낮추는 골짜기 정신이다.

노장사상에서 돋보이는건 유약(柔弱)이 강강(剛强)을 이긴다는 것이다. 곡선이 결국 직선을 앞지른다. 형용모순이나 이치가 그렇다는거다.

생명이 붙어 있는것은 부드럽고 따뜻하며 죽은것들은 경직되고 딱딱하고 메마르다.

골로 가기전에 가장낮은 곡신(谷神)을 모셔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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