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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시 '김광진 시인'곤흘동*에서 외 9편
복지TV청주방송 | 승인 2019.04.09 09:27
▲ 김광진 시인

[시인] 김광진

[약력]

* 등단 :

2014년 문학광장 시

2014년 동산문학 동시

*저서 :

시집 「두물머리 산책」,「십오 분 사이」

동시집 「숨어보기」

현 : 시원문학회원

 

 

 

1. 곤흘동*에서

                                 김광진

바다가 끓고 땅이 솟구치고

하늘이 내려앉았다

위정자에 의한

심판의 날이었다

그들은 이미 신이 되어 있었다

 

산도 바다도 그대로였고

바람도 햇살도 여상했는데

원주민이란 이유로

알려 줄 사람 하소연할 사람

하나 없이

구천을 열고 안양으로 줄지어 갔다

하늘은 보았고 땅은 겪었다

 

바다는 변함없이 넘실대는데

돌담 홀로 아름다운

곤흘동 빈터 대숲에서

원혼은 바람으로 울고

서슬 퍼런 댓잎 날을 세운다

 

*곤흘동 : 4·3사건 당시 주민이 몰살되었던 마을

제주시 화북동에 위치

 

2. 기침하는 아내

                                 김광진

돌아눕는다

자꾸만 등을 돌린다

 

여보, 왜 그래?

 

아내는

말이 없다

 

이마 한 번 짚어 보고

잠을 청한다

 

3. 숲

                                 김광진

햇살도 비도 바람도

어우러져 모두 다 어깨 걸고

사랑하며 사는 곳

순리와 섭리에 따르며

부를 쌓지 않고

때 되면 피어나고

스스로 지며

장송도 잡초도 주인인 이곳

당신은 하찮게 여기는

개미 한 마리

땀 흘려 일하며 오늘을 열심히 사는 곳

사람이 없어 평화로운 여기

행복을 몰라 행복한 그곳

 

4. 십오 분 사이

                                 김광진

하늘은 비 내리는 걸 잊었나 보다

깨 볶는 가마솥 같은 열기는 세상을 태울 듯하더니

하늘님 속이 많이도 불편하신가 보다

마른하늘에 천둥소리 요란하고 오만상 찌푸리다

밤이 된 듯 어둡더니 선득 부는 바람 나무를 훑는다

나는 새 기어 다니는 것들 방주 찾기 바쁘다

 

비가 내린다 비님이 오신다 양철지붕을 때린다

세찬 빗줄기 축대를 무너뜨리고 세상을 삼켜

모든 걸 물길 내어

노아의 홍수라도 될 모양이다

살아있는 모든 것들 숨죽이고 두 손 모은다

 

흙냄새 풀냄새 진동하는데

먼 곳 무지개 매조록 뜨고

구름 속에 내민 빛내림 하늘에 만 마리 새털 붙었다

상쾌한 바람

풀 눕히고 나뭇잎 속살 뒤집는다

고통이 있어 더 싱그런 쾌, 골목 아이들 시끄럽다

 

5. 검정 봉다리

                                 김광진

명품 가방은 물론

봉지도 아닌

봉다리 그것도 검정 봉다리

비싼 물건을 담은 적도

소중한 물품을 넣은 적 없다

운 좋으면 생필품

때로는 냄새나는 생선이 담겨져

쓰레기통으로 직행이다

재활용되거나 돈을 주고

거래된 적도 없다

나도 너에게

요긴하나 부담 없는

검정 봉다리이고 싶다

 

6. 말말말

                                 김광진

한마디 말이

금속성으로

튄다

 

무성음 칼이 되어 목구멍을 찌른다

된소리 되어 가슴을 뜯는다

말은 꼬리를 물고 무수히 새끼를 깐다

 

이성 잃은 입도, 몸도 동물 되어 짖는다

드러낸 이빨 톱 되어 냉장고를 씹어 심지 없는 불로 뱉는다

 

석삼년이 흘러도 머리는

사막의 외통수를 달리고

빙산처럼 싸늘한 불기둥

강으로 흐른다

 

7. 길

                                 김광진

오늘도

길을 발에 달았다

길은 발 가는 곳에 펼쳐져

가끔 한눈을 팔뿐 언제나 발길에 차인다

멈추면 길도 잠시 숨을 고르고 바빠지면 덩달아 숨차다

한 잔 술에 길은 내게로 와 친구 되고

또 한 잔 술에 구부렁하다가 벌떡 일어나 벽이 되어 막는다

길은 혈관을 따라 쉬지 않고 돌고

사방팔방으로 뻗어 뿌리가 깊다

하루를 마치면 그제야 길은 제 길에서 잠이 들고

또 내일을 기다린다

 

8. 골목과 가로등

                                 김광진

시계 밥 주고 라디오 약 떨어졌다는 동네에 햇살이 목을 빼고 기웃거려도 속살을 들추지 않는 골목이 있다 고만고만한 사람들이 속없이 사는 그래서 행복한 거기에 가로등 하나 지키고 있다

선돌마을로 불릴 때는 민들레 제비꽃이 반기고 가끔 참새의 얘기도 들리고 비 오는 날엔 흙냄새 맡으며 가로등은 묵묵히 골목을 지켰다

입석리가 되면서 골목이 포장되어 생이 질긴 잡초 몇 포기만 아는 체할 뿐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오르는 계단만 힘들고 바람이 몹시 불던 날 전깃줄을 붙잡고 울기도 했다 임실 댁에 좀도둑이 들었을 때 잠간 졸았던 적을 빼고는 하늘 한 번 보지 않고 자리를 지켰다 이제는 아랫도리가 헤졌지만 이삿짐 차를 원망하지 않고 세월을 탓하기로 했다

제복 입은 사람들의 말에 의하면 재개발된다고 한다 입석리에서 꿈마을아파트로 완전 변태한단다 골목도 가로등도 사라진단다

부모님처럼..

 

9. 버려지는 아름다움

                                 김광진

미안하다

뒤꿈치 해져 미련 없이 버려지는 그대여

눈 떠서 감을 때까지

햇살 없는 눅눅한 곳에서

평생을 짓눌리고

냄새난다고 구박받은 그대여

수고를 생색내지 않고

희생을 자랑하지 않는 그대여

관음觀音하는 그대여

 

새로 산 구두 때문에 발 대신 해진 일이며

찬 겨울 발을 안고 제 몸 얼려 감싸준 일

난 누구를 위해 이렇게 한 적이 있었던가

그늘진 곳에서 남모르게 보살행菩薩行 한 적 있는가

 

버려져서도

해진 한 짝이 멀쩡한 한 짝을

꼬옥 감싸 안은 그대여

잘 가라

 

10. 하의 실종

                                 김광진

아주 오래전부터 가슴 깊숙한 곳에 짐승 한 마리 키웠다

짐승은 언제나 나를 지배하고 있었다

그놈이 여우에게 홀린 적이 있었는데 막무가내였다

저놈은 가리지 않고 아무 데나 들이대는 통에 황당하기 일쑤다

또 이놈은 도덕과 법도 가리지 않고 설쳐대는 바람에 항상 아슬아슬하다

자기가 없으면 오늘날 인류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명분을 내세운다

한 번은 하의 실종한 여고생을 만났는데 아예 아랫도리를 벗고 있는 통에 그놈 저놈은 물론 이놈까지 한꺼번에 난리 블루스가 났다

코는 벌렁거리며 숨이 가빠지고 가슴은 뛰고 눈은 아래위를 훑고 돌아갔으며 입은 힘이 풀려 고인 침을 가두지 못하고 흘릴 지경이고 손가락은 오그라들고 발가락까지도 발기하고 있었다

이성과 체면으로 차가워진 머리만 혼란스러워 어쩔 줄 몰라 멍청히 있었다

언젠가 감당하지 못할 만큼 나대면 이판사판으로 사생결단을 내 볼 참이다

평생 원죄로 남은 짐승을 몰아내고 인간 구실 한번 하고 살까 싶었는데 아무래도 죽기 전엔 틀린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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